비자발적 애국자로 살아온 지 6년째
안녕하세요 한겨레에서 금융업게를 출입하는 기자 남지현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오늘은 드디어! 직장인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연말정상을 살펴보려 합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는 이번 연말정산을 하면서도 이 귀 찮은 걸 왜 매년 하는지 잘 몰랐어요. 그저 ‘이걸 해야 나중에 돈 돌려받는다’는 생각에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했죠. 퇴직연금계자(IRP)에 추가 납입하면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은행의 친절한 문자메시지도 무심히 넘겼어요. 성실 세금 납부도 애국이라면, 저도 어쩌다 보니(?) 애국을 하고 말았네요.
저만 이 모양(?)은 아니었나 봅니다. 회사마다 연말정산 마감으로 분주하던 1월 말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짤’이 있습니다. 제목은 ‘연말정산 사형 명단’이에요.
한 연말정산 담당자의 핏빛 어린 분노에 많은 누리꿈이 공감한 건데요. 그만큼 연말정산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겠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매년 하는 연말정산, 사형 명단에도 오르지 않고 내 재테크에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요! 이번 편에서도 연말정산의 기본 개념과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꿀팁을 알려드릴께요.
연말정산 환급금이 ‘꽁돈’이라는 착각
다들 지난달에 연말정산 환급금 받으셨나요? 저는 70만원 넘게 돌려받았답니다. 괜히 보너스 받은 것 같은 기분에 지난 삼일절 연휴에는 오랜만에 쇼핑도 했네요. 환급금이 입금되기 전까지는 모두 저축하겠다 결심했지만, 계좌에 꽂히는 현금 앞에서 굳은 결심을 사르르 녹아내렸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환급금의 정체를 알면 이 돈을 쉽게 쓰기 어려우실 거예요. 이 환급금은 내가 지난 1년 동안 마땅히 내야 할 것보다 많이 낸 세금을 돌려받을 겁니다. 즉, 처음부터 안 내도 될 돈을 냈다가 돌려받은 것일뿐 ‘꽁돈’이 생긴 게 아니라는 얘기죠.
월급쟁이 지갑은 유리지갑
무슨 세금을 냈다는 건지 어리둥절하신가요? 우리는 모두 알게 모르게 매달 세금을 냅니다. 정부에 근로소득세(국세)를 내고, 내가 사는 지방자치단체에 지방소득세(지방세)를 내요. 회사에서 월급을 주기 전에 알아서 세금을 떼서 납부하기 때문에 세금의 존재를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이를 원천징수라고 합니다. 회사가 나 대신 세금을 내주기 때문에 편리하고, 탈세도 어렵습니다. 유리지갑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죠.
연말정산은 이렇게 1년 동안 내 손에 들어오기도 전에 먼저 걷어간(원천징수한) 근로소득세와 지방소득세가, 내가 내야 할 세금보다 많으면 돌려주고, 적으면 더 거둬가는 과정입니다.
연말이라는 말과 달리 다음해 1~2월에 해요. 1월중 회사를 통해 이런저런 자료를 제출하고 나면, 2월에 환급금이 입금되죠. 그래서 연말정산을 ’13월의 월급’이라고 합니다.
연말정산 매년 하는 이유
‘아니, 처음붜 내야 할 만큼만 거둬가면 되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텐데요. 내가 낸 세금(기납세액)과 마땅히 내야 할 세금(결정세액)에 차이가 생기는 건 정부가 여러 이유로 세금을 깍아주기 때문입니다.
월급이 똑같다고 주머니 사정이 같지는 않겠죠? 정부는 저마다 다른 형편을 세금 부과액에 반영하기 위해 세금을 깍아줍니다. 이를 공제라고 해요. 그런데 공제 금액은 한 해가 다 지나야 확정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매달 꼬박꼬박 내는 세금은 개인의 세세한 사정을 반영하지 않은 채 부과됩니다. 매년 연말정산을 해야 하는 이유죠.
즉, 귀찮다고 연말정산을 제대로 안 하면? 안 내도 될 세금을 굳이 나라에 기부하는 셈입니다. 공제받을 수 있는 건 꼼꼼히 챙겨서 다 공제받는 게 좋겠죠?
연말정산 환급금 많다면 지금 당장 할 일
환급금이 많다면, 공제를 많이 받으신 겁니다. 하지만 그리 좋아만 할 일은 아니예요. 그만큼 내가 내야 할 세금보다 많이 냈다는 뜻이니까요.
세금으로 안 냈으면 그 돈을 예 · 적금에 넣어 이자를 한 푼이라도 챙겼겠죠? 주식을 사 차익 실현을 했을 수도 있고요. 그러니 환급금으로 ‘대박’을 치신 분들이라면 ‘원천징수세액조정’을 고려해볼 만합니다. 말이 어려운데요, 내용은 벌게 아닙니다. 매달 내는 소득세 수준을 근로자가 일부 결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매달 내는 근로소득세 금액은 법으로 정해져 있어요. 대신 근로자는 매달 이 금액의 100%를 낼지, 80%만 낼지, 120%를 낼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매달 10만원을 소득세로 내는데 환급금이 60만원 나왔다고 가정해봅시다. 120만원르 내고 60만원을 돌려받았으니, 결정세액이 60만원인 거죠. 이 경우, 80%를 선택하면 매달 내는 소득세가 8만원으로 줄어듭니다. 10만원을 낼 때보다 매달 2만원씩, 1년 동안 24만원을 적금에 더 납일할 수 있죠. 저축은행 평균 적금 금리(2일, 단리 기준)인 연 3.56%를 적용하면 세후 3915원의 이자를 손에 쥘 수 있습니다. 적은 돈이지만 정말 ‘꽁돈’이죠. 대신 2월 환급금은 36만원으로 줄어듭니다.ㅅ
조정 방법은 간단합니다. 회사에 ‘소득세 원천징수세액 조정신청서’라는 걸 작성해 제출하면 됩니다. 그럼 다음 월급날부터 바꾼 비율대로 소득세를 떼고 월급이 들어올 겁니다. 한번 비율을 바꾸면 그해에는 다시 바꿀 수 없다는 점도 기억해주시고요. 회사 담당자를 배려해 월급날 최소 일주일 전에 신청서를 제출해주시면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 같네요.
아르바이트생, 인턴도 연말정산 해야 할까?
연말정산은 기본적으로 월급 받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월급인데요. 법적으로는 월급을 ‘일반근로소득’이라고 합니다. 시급이나 일당, 건당 지급되는 수당과 대비되는 개념이에요. 월급 받는 직장인이면 12월에 입사해 한달밖에 월급을 받지 않았어도 연말정산 대상입니다.(단, 그해 수당을 빼고 받은 월급 합계가 500만원을 안 넘으면, 연말정산을 할 필요가 없어요! 가족이 있다면 인적공제 기준을 만족하는 경우이므로 그 가족 구성원의 부양가족으로 등록해 연장정산에 도움이 될 수도 있죠. 자세한 건 다음편을 참고해주세요.)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라면 대부분 연말정산이 아니라 5월에 하는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합니다.
아르바이트생의 경우 ‘케바케’인데요. 급여명세서를 보면 내가 연말정산 대상자인지 가장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만약 급여에서 일용근로소득 세율인 6.6%(지방소득세 포함)가 세금으로 빠졌다면 연말정산도, 종합소득세 신고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업소득세율인 3.3%(지방소득세 포함)가 적용됐다면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면 돼요. 알바생으로 일한 기간이 길어지면 연말정산 대상자가 되기도 하는데요, 6.6%세율을 적용받는 알바생이 같은 고용주를 위해 3개월 이상 일하면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연말정산 대상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