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은, 아내의 하지정맥 수술로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지난주 일요일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조촐하게 성묘를 갔다 오기도 했다. 차례대신 성묘로 대신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자니 왠지 허전했다.
아내에게 간단하게 몇 가지 나물과 전을 부치기로 하고 늦은 아침을 먹고 장을 보러 갔다.시금치와 숙주나물 그리고 전은 동그랑땡과 동태전, 이렇게 네가지만 하기로 하고 장을 봤다.
어머니가 고향에 계실때는 오늘을 기준으로 어제 저녁 늦게 집에 갔을텐데 어머니가 옆 단지로 이사를 오고 나서는 그런 명절의 연휴라는 기분이 별로 들지 않는다.
또, 명절때에는 매형들을 볼 수 있었고 술 한잔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누님들과 매형도 어머니집에서 한끼 식사를 하고 늦은 저녁에 집으로 가고 있다. 그래서 더욱이 더 매형들 얼굴을 보기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뭐 그리 친한 관계, 사이는 아니지만…ㅎㅎ.
일반적인 크기의 동그랑땡보다 큰 ‘비비고 도톰 해물완자’와 얇게 썬 세 개가 한 묶음으로 되어 있는 동태전. 그 중 두개만 부치기로 했다. 차례나 제사를 지낼때는 보통 부침개, 두부부침, 생선들을 제외한 전을 맡아서 부치곤 하는데 그 종류다 3~4개가 되어 부치고 나면 그렇게 허리가 아프곤 했었는데 오늘은 그 양도 가짓수도 적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명절만 지나고 나면 아내들이 그렇게 힘들어 하는 이유를 음식을 같이 만들고 준비해 보면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최근에는 조금이나마 간소화되기도 했고, 음식들을 장만하고 준비하는 것이 여성만의 몫이라고 당연히 생각했던 부분들이 많이 바뀌고 많은 남편들이 참여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전을 부칠때면 꼭 술 한잔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술을 마시기 위해 전을 부치는 것인지 전을 부치게 되면 술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인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이 ‘비비고’라는 브랜드로 나오는 제품들의 맛이 상당하다. 해외에서도 특히 만두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단, 타제품보다 가격대가 좀 비싸다는 것 빼고는 말이다. 비비고 해물완자와 함께 즐겨 마시는 대표 밀맥주를 한 잔 마신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명절때만 되면 술만 마시는 아버지의 모습, 다른 때보다 더 외로움을 느끼시곤 했던 아버지를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 난 그때의 아버지와 닮아 가고 있는 것 같다.
원래가 사람 부쩍부쩍하는 분위기를 싫어하는 성격인데, 이 명절때만큼은 그러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명절연휴가 그냥 쉬는 날에 불과해 지는 것 같아 씁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