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중에서

유월 늦은 밤의 어둠은 흥건한 풀냄새와 나무 수액 냄새, 썩어가는 음식 쓰레기 냄새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아이를 데려다준 뒤, 여자는 버스를 타지 않고 두 시간 가까이 서울의 중심부를 통과해 걸어 돌아왔다. 어떤 거리는 대낮처럼 환했고, 매연으로 숨이 막혔고, 음악소리가 요란했고, 어떤 거리는 캄캄했고, 후락했고, 버려진 고양이들이 쓰레기봉지를 이빨로 뜯으며 그녀를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