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의 이례적인 상승 행진을 미리 예상하지 못해 뒤늦게 후회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예측이 빗나간 건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마찬가지다.
한은 외자운용원은 지난해 6월 펴내 “보유금 관리 현황 및 향후 운영 방향”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잠재돼 있는 상황에서 금 보유 확대보다는 미 달러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것이 나은 선택”이라며 “금 가격이 이미 전고점에 근접한 상황에서 향후 상승 여력이 불확실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 한은의 외환 보유액 중 금 보유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반박에 나선 것이다.
현재 한은이 영국 영란은행에 보관 중인 금 보유량은 104.4톤으로 11~13킬로그램(kg)짜리 골드바 8380개다. 매입가(장부가격)기준으로는 47억 9천말달러어치(약6조5천억원)로 전체 외환 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달 말 기준 1.1%에 불과하다. 한은은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1~2013년 금 90톤을 사들인 후 10년 넘게 현재의 보유고를 유지하고 있다. 당심 금 추가 매수에 나선 것도 외환 보유액의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한은의 금 보유 비중은 다른 나라 중앙은행에 견줘 높지 않다. 세계금협의회(WGC)는 각국 중앙은행이 가진 금 보유 규모를 역사상 채굴한 전체 금의 5분의 1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중국, 튀르키예 등 전 세계 중앙은행은 앞서 지난 2022년과 2023년에도 금 1082톤, 1037톤을 각각 사들인 바 있다. 안전자산 확보에 팔을 걷어 붙이며 금 가격을 떠받치는 데 톡톡히 기여한 셈이다. 반면 한은의 금 보유량 순위는 2013년 말 세계 32위에서 지난해 말 36위로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