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 가을이다.

추석 전날 혹은 당일에 성묘를 다녀 오려고 했었다. 날씨를 확인하니, 화요일과 수요일에 비 예보가 있었다. 산에 오르는 것이 불편하지 않을까 해서 예전처럼 다녀오기로 했다.

올 추석은, 금요일에 받은 아내의 하지정맥 수술로 성묘를 갔다 오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수술후, 일상적인 생활외에는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늦은 아침을 먹고 10시가 넘어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출발을 했다.


고향이라고 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곳과 대략 20분정도의 거리로 매우 가깝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어머니가 계셨을때와 지금 옆 단지에 살고 계신다는 것, 계셨을때와는 사뭇 다른 낯설음이 있다. 요즘 들어 차산리로 넘어가는 차량이 많이 정체되어 있는 모습을 봐서 밀리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청명한 하늘과 따가운 햇살, 시원한 바람 그렇지만 차갑게는 느껴지지 않는 이 가을 날씨. 동네 길을 지나 논에 고개를 숙여 가고 있는 벼를 본다. 이 익숙한 풍경이 왜 낯설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어머니가 이사를 하고 나서 일년에 서너번 오는 이 고향을 언제까지 오게 될까 그런 생각을 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산소만 없다면 이 곳에 올 일은 거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건 시간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플라스틱 줄로 풀들을 깍느라 억샌 풀 밑을 제대로 깍지 못했었다. 우리 산소 위에 벌초를 하러 오신분들이 조금 더 깔끔하게 풀을 깍아 놓으셔서 편하게 오를 수 있었다.

요즘 들어 산에 산소를 모시고 있는 분들의 공통된 걱정이 멧돼지가 산소를 훼손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많다. 오르면서 아버지의 산소를 먼저 확인했고 다행이 괜찮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산소에 도착하니 멧돼지가 이곳 저곳 파헤쳐 놓은 흔적들이 보인다. 다행히도 묘봉은 건들지 않고 둘레의 심은 나무들 밑을 파헤쳐 놓았다. 도구를 이용해서 복구할 정도는 아니어서 발로 꾹꾹 눌러 주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산소에 절을 올리며, 손주,며느리가 수술을 해서 이번 추석엔 제사를 지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가족들 건강하게 보살펴 달라는 부탁과 함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며느리 그리고 아버지의 아내, 어머니가 몸이 좋지 않으신데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의 말씀도 드렸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산소엔 잔디가 자꾸 죽어가고, 아버지 산소에는 해가 거듭할수록 풀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 잔디를 예전처럼 풍성하게 되돌릴 수 있을까? 고민이 많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잔디살리기에 대한 공부와 함께 몇 번이고 잔디를 사다 입혀봐야겠다.

잠깐 앉아서 풀을 뽑았다고 옷에 땀이 젖었지만, 내려 오는길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그 땀을 쫒아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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