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예년보다 늦었다. 보통 12월 초면 아이들과 함께 할아버지,할머니, 아버지 산소에 와서 갈퀴로 낙엽을 치우곤 했었는데 그동안 주말 알바를 하느라 시간이 없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이번주에 알바 문자가 오지 않아 오랜만에 쉴 수 있는 주말이 되었다. 내 개인적 한해 숙제를 못해서 못내 아쉬웠는데 그 시간이 주어진 것 같아서, 늦은 아침을 먹고 홀로 산에 올랐다.
멧돼지가 산소를 파헤쳤을까 걱정을 하면서. 매번 오를때마다 드는 생각이다….ㅠㅠ. 산소를 오르는 길의 종중 전(田)을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길도 밭도 깔끔해진 것 같아 보기 좋았다. 아버지 산소도 할아버지 산소의 봉분도 많이는 아니었지만, 조금씩 파헤쳐 놓았다. 아~~이 멧돼지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산 입구에 멧돼지를 포획하는 장비가 설치되어 있지만 과연 저 멧돼지가 저 찰창안으로 들어갈까 하는 생각과 멧돼지가 산소에 접근하지 못하는 방법을 생각해 본다.
눈이 내린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엔 눈이 녹지 않은채로 제법 많은 양이 덯여 있었다. 칼퀴로 눈과 낙엽을 치웠다. 아버지 산소는 햇빛이 꽤 오랜돗안 비치는 남향이며, 산소 뒤쪽으로만 나무들이 있고 앞쪽으로 틔여 있어 눈의 흔적이 보이긴 했으나 다 녹았다. 그 반대로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보단 낙엽의 양이 세배이상이 쌓여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산소도 20년이 넘다보니, 그 풍성했던 잔디가 그 자취를 감추진 오래 되었다. 아버지 산소보단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의 잔디가 더 양호할 정도다. 아버지 산소엔 잔디보단 이젠 풀이 더 많아졌다. 산소에 올 때마다 멧돼지와 이 잔디에 대한 해법을 찾아 보지만 쉽지가 않다.
매년 조금의 양, 잔디를 심고 있지만 역부적이다. 올해부터는 잔디의 양도, 잔디를 쪼개서 심긴 보단 작은 낱장으로 심어 볼 생각이다. 3월부터 시작해서 5월초까지 시간나는대로 심어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려보려 한다. 자주 찾아와서 관심을 갖고 관리하는 수밖에는 답이 없는 것 같다. 무엇이 되었건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쓰게 되면 달라지는 건 분명한 것 같다.
낙엽을 치우고 보니, 집안 청소를 깔끔하게 한 것처럼 개운하다. 완벽하게 치우긴 어려워서, 신정에 와서 다시 한번 갈퀴로 긁어내고 오늘은 삽을 가지 오지 못했지만, 삽을 갖고 와서 파헤쳐 놓은 곳들을 제대로 메꾸워야 할 것 같다.
아버지에게 간단한 인사와 신정에 다시 찾아뵙게다는 말씀을 드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