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학교를 다닐때 꽤 친했고, 군대를 제대하고도 만나곤 했었다. 무엇때문에 연락이 끈켰는지는 모르는. 가끔 생각나곤 했던 그 친구가, 단편소설집의 한 단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떠 올랐다.(한강작가 여수의 사랑중에 ‘야간 열차’) 고3이였던가 정확하게 날짜, 계절이 생각나진 않는다.
금요일인지 토요일인지 늦은 저녁에 느닷없이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것 같지도 않다. 그냥 떠나고 싶었다. 그 친구의 집이 휘경동이어서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늦은 시각, 청량리역에 도착해 강릉인지 동해인지 입석표를 끈고 떠났던 야간 열차의 기억.
생각해 보면 참 친했던 친구였는데. 자취를 할 때도, 망우리에서 정육점을 하시던 아버님과 같이 살때도, 결혼한 형과 같이 살때도 그 친구의 집에서 많이 자기도 했었는데 그리고 많은 곳들을 같이 갔었는데.
특히 군입대할때 의정부 306보충대에 같이 와 주었던 친구. 무엇때문에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을까. 그리고 25년이 지난 그 시간동안 나도 그 친구도 찾지 않고 있었을까…? 지금 만난다면 어제 만난 친구처럼 어색함없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수 있을까, 이젠 그런 관계는 아닐테지…ㅠㅠ
군 제대 후, 그 친구의 여자친구가 회사 동생을 소개시켜주었던 일까지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그 동생과 잘 될수도 있었는데…ㅎㅎ. 만남이라고 것이 다 그렇겠지만 내가 살면서 가장 아쉬움이 남는 여자와의 만남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혼해서 아이들 낳고 잘 살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 친구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고등학교 친구중에 유일하게 만나는 친구. 그리고 나보단 인적 네크워크가 좀 더 넓은 친구. 며칠전 통화를 하다 요즘 그 친구가 자꾸 생각난다고 했다. 혹시 연락하는 고등학교 친구중에 그 친구의 연락처를 알 수 있는 친구가 없을까 물어 보았다. 본인도 고등학교 친구는 내가 전부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러다, 네이버 밴드에 우리 고등학교 동창들이 만든 모임이 있는데 예전에 가입을 했었고, 그 밴드의 리더로부터 가끔 단체 메시지가 온다고 했다. 혹시 그 밴드에 그 친구가 글을 남겨 놓았거나 연락처를 알 수 없을까 아니면 그 리더한테 연락을 해서 전화번호를 알수 없을까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 며칠 후, 그 밴드의 리더에게 문자를 남겼고, 그 리더에게서 연락처를 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친구에게 내 전화번호를 주고 연락여부는 그 친구가 결정하겠다고 답메시지가 왔다고 했다. 그 전화가 끝나자마자 그 밴드의 리더로부터 그 친구가 직접 연락을 하겠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 소식이 금요일. 내심 금요일 저녁쯤에 전화가 오지 않을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오지 않았다. 바뻐서 그런가 아님 주말엔 오겠지 하면서 핸드폰을 보는 일이 잦아졌지만 연휴가 끝나는 날까지 소식은 없었다. 그리고, 오늘은 연락하지 않겠어…했는데. 내 기준에서만 생각했지 그 친구의 입장에선 생각해 보지 못한 것 같다.
그 친구의 기억속에선 내가 다 지어졌을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내게 어떠한 서운함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ㅠㅠ. 25년이라는 그 공백의 시간이, 아무리 좋은 기억속에 남아 있더라도 쉽게 메워지진 않을테니. 그러게 왜 이제 와서 찾니? 좀 더 일찍 나의 기억이 사라지기전에 찾아 볼 것을.
그래도, 기다려 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