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위기 대응 매뉴얼, 나와 ‘나의 명예’를 지킨다
누구나 살면서 크고 작은 불의와 마주치게 됩니다. 직장 상사로부터 비윤리적이거나 심지어 위법한 일을 요구받을 수 있습니다. 공직자라면 국가적 차원의 불법 행위에 연류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부닥쳤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정의와 윤리에 관한 중요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불의한 일에 직면했을 때 많은 사람은 망설입니다. “이건 잘못됐어”라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 목소리를 내거나 행동을 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그 불의가 권력자나 자신이 몸담은 조직의 이익과 연관돼 있고 그에 맞설 경우 큰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보일 때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그런 상황에서 선택해야 합니다. 대가도 따릅니다. 자리는 물론 법적 처벌까지 감수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미리 생각해 두는 게 좋습니다.
먼저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타협할 수 없는 원칙, 즉 ‘레드라인’을 정하는 겁니다.
다음으로 그 선을 넘으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 어떻게 행동할지를 생각합니다. 나 자신만을 위한 위기 대응 매뉴얼을 만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12·3 계엄사태를 보면서 고위 공직자들 가운데 마음속에 그런 매뉴얼을 가진 이가 거의 없다는 데 놀랐습니다. 특히 군인들의 행동을 보면서 더욱 그랬습니다.
우리나라는 군사쿠테타를 겪은 지 반세기도 지나지 안았습니다. 쿠테타 주역들이 어떻게 단죄받았는지 온 국민이 기억합니다.
그런 나라의 군인이라면, 게다가 다수의 병력을 지휘하는 자리에 있다면 레드라인을 분명히 정하고 불법적 행동을 요구받았을때 어떻게 행동할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두어야 합니다.
목숨을 걸고 맞설지, 병을 핑계로 소극적으로 대응할지, 아니면 일이 벌어지기 전 가족들과 도피할지. 그럴 용기도 없으면 처벌을 감수하고 그런 불의에 가담할지.
그런 매뉴얼을 갖고 있지 못하면 이번 계엄사태 관련자들처럼 역사 앞에 죄를 짓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을 보호하지도, 명예를 지키지도 못하는 그런 상활에 놓이게 되지요. 통한의 후회가 뒤따르게 됩니다.
고위공직자만 그런 게 아닙니다. 살면서 누구나 결단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아주 작은 조직에서 일하더라도 그런 때가 닥칠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마음속에 나만의 매뉴얼을 만들어두세요. 어렵지 않습니다. 양심이 지혜를 주고 길을 알려줄 겁니다.
내 마음속의 위기 대응 매뉴얼. 마음에 좋은 마음입니다.
권복기 건강한겨레 기획위원 (2024년 12월 19일 목요일 한겨레 건강생활길라잡이 Vol.7 4면 하단)